택시 부가세감면분 '부당사용' 논란
14일 대전경실련 "근로자 처우개선 위한 부가세 감면분이 사업주 이윤으로"
근로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돼야 할 택시회사의 부가가치세 감면분이 부당하게 사용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실련은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택시회사의 부가세 감면분 부당 사용과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대전시의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규명을 촉구했다.
"근로자 위한 택시 부가세 감면분이 사업주 이윤으로"
정부는 지난 95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택시 노동자의 처우개선 등을 위해 일반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50% 경감토록 했으며, 경감분 사용방법은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또 이의 시행여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도 감독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날 경실련이 공개한 부가세 감면분 부당사용 사례를 보면 택시 노동자에 돌아가야 할 부가세 감면분이 사업주의 이윤으로 활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A운수의 경우 지난해 6월 21일 사업주와 노조측이 부가세 경감액의 사용과 관련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합의서에는 '부가세 경감액에서 매월 1만원을 임금 외 수당으로 지급키로 하고 나머지 경감액에 대해서는 사측이 임의로 사용'하도록 돼있어 부가세 감면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B운수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무사고 수당, 기사 피복비, 4대 보험료 등을 부가세 경감액에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납금 인상 등을 통해 환수되고있는 차량 고급화 비용과 식당운영비조차 부가세 감면분으로 사용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C운수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피복비, 장학금, 하계휴가비 등에 사용키로 합의한 부가세 감면분을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고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명절선물세트의 경우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D운수는 부가세 감면분 사용내역에 대해 영수증 없이 지출결의서만 보고돼 있는가 하면, 70여명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음에도 명절선물비가 130명분으로 구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사 내 자판기 재료구입비로 부가세 감면분을 사용하면서 근로자들은 자판기를 유료로 사용해왔으며, 사용처가 분명치 않은 어음결제로 2300여만원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같은 실태에 대해 경실련은 "부가세 감면분 사용에 대해 지도감독 및 관리 의무가 있는 대전시가 형식적인 관리만 해왔다"며 대전시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지적했다.
경실련 이문지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 95년 이후 택시회사의 부가세가 전국적으로는 8300억원 가량이, 대전충청지역에는 578억이 감면됐다"며 "국고로 들어갈 돈이 감면됐다면 원래의 취지에 맞게 노동자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운전노동자가 부가세 감면분 수혜자 돼야"
경실련은 또 지난 95년 법인택시회사의 부가세 경감제도가 실시된 이후 전국택시노동조합(이하 전택노련)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이 합의를 통해 택시 1대당 월 3000원을 발전기금으로 징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사용내역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부가세 감면분의 수혜자가 모든 운전노동자가 돼야 하지만 비조합원의 의견이 배제된 가운데 결정되고 집행되고 있는 기금의 적립내용 및 운영내용이 비조합원에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전택노련대전지부장(한국노총대전본부장)은 "부가세 감면은 운전노동자의 권익향상과 복리향상을 위해 우리가 일궈낸 투쟁의 성과물이며, 노사합의로 이미 10여년간 시행돼 온 부분(발전기금)을 시민단체에서 밝히라고 하는 것은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부가세 감면분을 사업주가 잘못 쓰고 있다면 적발해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고, 우리 역시 그에 관련된 활동을 벌이며 사업주에게 시정요구를 해왔다"며 "그러나 마치 발전기금을 노조가 임의로 써 온 것처럼 매도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전시 관계자는 "택시회사의 부가세 감면분 사용에 대한 실정법상의 행정규제 법규가 없어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지만 사회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노동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지도감독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향후 부가세 감면분에 대해 확인된 불법사항은 고소고발 조치를 취하는 한편 부가세 감면분 부당사용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실시하고, 신고센터 및 제보창구 등을 설치해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