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뇌물 1억 4천만원 상당... 전현직 공무원 7명 소환 1명 구속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뇌물을 주고받은 대전시 비리공무원과 건설업체 관계자의 행태가 대전지역을 충격으로 몰아 넣고 있다.
경찰은 지난 달 25일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와 대전지하철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계룡건설 본사와 현장사무소, 대우건설 현장사무소, 삼성중공업 현장사무소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대전시 공무원 뇌물비리 수사현황과 방향을 점검해 보았다.
1억 4천만원 상당의 금품... 일부 뇌물은 회식비에 사용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달 17일 국무총리실 감사담당관으로부터 대전시청 6급 주모(44)씨의 비리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뒤 21일 건설업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주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는 2001년 8월 말부터 대전시 건설본부에 근무하면서 8개 건설업체로부터 11차례에 걸쳐 "공사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금, 골프채 등 1억 4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주씨에게 금품을 건넨 건설회사는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인 계룡건설 등 8개 업체로 이들 업체는 명절 떡값 명목 등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각각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8천만원까지의 금품을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무원들이 건네받은 돈을 상납하거나 나눠가진 것으로 보고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뇌물의 일부가 회식비와 전별금 등 운영비로 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이처럼 뇌물을 받아 조직운영비로 지출한 것은 공직사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뇌물이 공사편의나 설계변경, 인허가 혜택 등의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뇌물 액수가 업체당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 것으로 볼 때 본사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속된 계룡건설 관련직원들은 "공사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노임 등을 부풀려 만든 자금을 건넨 것"이라며 회사의 관여 사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공무원 7명 혐의 드러나... 내사받던 공무원 익사하기도
경찰은 지난달 25일 대전시 건설본부와 지하철본부, 그리고 건설본부 직원들의 집과 자동차도 압수수색했다. 대전시에 대한 압수수색은 처음있는 일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계백로, 동서관통도로 등 대전시 건설본부가 최근 발주한 공사현황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어 지난 달 30일에는 뇌물을 건넨 계룡건설 본사 등 13곳의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계룡건설 사장 등 임원실과 토목본부 등에서 2002년부터 대전시가 발주한 일부 공사의 회계 서류, 컴퓨터 본체 및 디스켓 등 혐의 사실과 관련있는 일체의 장부와 보고서 등을 압수했다. 또 계룡건설이 수주한 대전시 계백로, 동부순환도로 현장사무소와 하청 건설업체 2곳의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해 골프접대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삼성중공업건설이 담당한 대전시지하철 6공구 건설현장과 대우건설이 턴키방식으로 수주한 시립 문화예술의 전당 공사현장, 동서관통도로 건설현장 등에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경찰은 "압수수색 분석결과에 따라 수사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그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전시 건설공무원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주모씨 뿐이지만 경찰은 혐의가 드러난 전·현직 공무원이 모두 7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대전시 건설본부 중견 간부 A(4급)씨를 비롯 모두 4명이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은 내 주중 혐의가 드러난 관련 공무원 전원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사 관계자 중 구속된 사람은 계룡건설 현장소장 윤모(45)씨 등 2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경우 급성간장장애 등을 이유로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관련자를 일단 기소중지한 후 신병을 확보키로 했다.
경찰은 관련 건설업체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건넨 금품의 성격과 규모, 대상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혐의가 드러날 경우 해당업체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등도 검토 중이다.
한편, 주모씨와 함께 국무총리실 감사에 적발돼 내사를 받아온 대전시청 6급공무원 오모(45)씨는 지난 달 19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금강변에서 유품을 남긴 채 실종됐다가 이날 오전 10시께 공주시 무릉동 선사유적지 인근 금강에서 익사체로 떠올랐다.
오씨는 주씨의 고교동창이자 대전시 건설본부 전임자로 사무실에서 뭉칫돈이 발견돼 경찰 내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비위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자 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대시민사과 성명내놓고 지역언론엔 보도자제 요청
이와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은 대전시 건설사업본부 압수수색 이후 대시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대전시 고위관계자가 각 지역언론사에 보도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정치쇼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억대에 가까운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계룡건설의 간부가 충남경찰청 고위간부를 찾아가 선처를 부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수사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기능' '신당창당과 관련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지역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시민들은 압수수색 등 강경한 수사의지를 보이는 경찰에게 거듭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지역 토착비리 커넥션을 모두 밝혀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아가 건설사에서 발주처에 뇌물을 주다 적발되면 1년동안 영업정지를 내리도록 한 관련법(건설사업기본법 시행령)을 엄격히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턴키입찰방식(Turn Key Base)의 개선 요구도 높다. 턴키입찰은 최고 점수를 받은 한 개의 입찰업체에게 설계, 시공, 사후관리까지 맡기는 방식으로 흔히 '일괄계약방식'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건설업계 내에서조차 "후한 점수를 받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와 뇌물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